영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드디어 개봉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퓨리오사 스핀오프,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가 드디어 개봉되었습니다. 매드맥스 시리즈 중 극장에서 내가 처음 접한 작품은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입니다. 2015년, 극장에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느낀 충격과 흥분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앞 뒤 맥락 설명 하나 없이 그냥 맥스의 퓨리오사의 사막 위 활주를 보여주는 감독의 배짱도 배짱이거니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세계관이 무엇하나 거슬리지 않고 잘 이해된다는 점이 신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퓨리오사를 만났을 때, 저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영화 속 여자 주인공들을 보며 느껴왔던 답답함은 죄다 벗어던지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어!!"라는 엄청난 자존감과 자신감을 얻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략 10여 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퓨리오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퓨리오사, 내가 제일 잘 나가
퓨리오사(애니아 테일러-조이 분)는 영화의 중심 인물로, 전통적인 여성 역할에서 벗어나 강력하고 독립적인 전사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퓨리오사가 어떤 어린 시절을 거쳐 강력한 전사로 성장하는지 그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습니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은 그녀의 뼈아픈 과거의 상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퓨리오사는 살아남기 위해 전형적인 '여성스러운' 역할을 거부하고 전투와 리더십을 맡습니다. 필요할 때는 자신의 팔도 잘라버리는 대담함, 그 어떤 강자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강인함, 해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의지력. 그 누구보다 기민한 센스와 뛰어난 기지로 위기들을 헤쳐나갑니다.
자기 것만 챙기는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과 달리 퓨리오사는 여성들의 자유를 위해 싸웁니다. 야만이 판치는 사막 한가운데서 실오라기만 걸친 동료들과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사람,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의 연대, 자유와 해방
퓨리오사와 임모탄의 대를 잇기 위해 시타델에 갇혀 임신과 출산의 기능을 담당하던 여성들은 임모탄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웁니다. 이는 여성들이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억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임모탄이 채워놓은 자물쇠를 사막 한가운데서 끊어내는 장면은 거의 노골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혀 다른 성격의 퓨리오사와 여성들은 서로 돕습니다. 애초에 그녀들의 탈출을 도운 퓨리오사는 어떻게든 그녀들과 함께 낙원으로 가고자 합니다. 임모탄의 출산조들도 퓨리오사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목숨을 걸고 돕습니다. 여성들이 서로를 지원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자신의 자유를 찾아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모탄의 독재와 여성 억압은 젠더차별적 현실에 대한 은유이며, 여기서 벗어나고자 목숨을 거는 극중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현실을 상기시킵니다.
똑똑한 승리에서 오는 통쾌함
어린 퓨리오사가 시타델에 오기까지, 시타델을 탈출하는 날만 손에 꼽는 동안, 그리고 마침내 시타델을 탈출했을 때, 우리는 마침내 퓨리오사가 원하는 안식처로 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결국 다시 시작하는 퓨리오사. 어떻게 저런 위기 상황에서 의연하고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퓨리오사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결국 이기는 퓨리오사를 보면서 지금 당장의 시원한 액션씬이 아닐지라도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결론
앞 뒤 안 재고 액셀러레이터 밟았던 전작과 달리 이 영화는 퓨리오사의 생존에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기대했던 것보다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사랑 나의 영웅 퓨리오사의 왼팔이 왜 기계팔이어야만 했는지, 왜 그렇게 시타델을 탈출하고 싶어했는지, 그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이 영화는 저에게 별 다섯 개짜리 영화입니다.
더 나아가 퓨리오사가 보여주는 강력함, 그로 인해 볼 수 있는 성역할의 전복에서 느껴지는 쾌감. 그리고 억압받던 여성들의 연대하며 자유와 해방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여성의 고통, 억압과 차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퓨리오사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넘어서서, 페미니즘적 관점에서도 영화를 해석할 다양한 소스들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줍니다.
이제 퓨리오사와 여성들이 지배하는 시타델에는 물과 자원이 넘쳐나, 모든 것이 번영하기를. 퓨리오사가 그렇게 찾던 안식처를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