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 천만관객 돌풍의 이유
대한민국 영화 '파묘'가 탄탄한 서사와 긴장감으로 국내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는 오래된 무덤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그 뒤에 감춰진 어두운 비밀을 깊이 파고듭니다. "파묘"는 한국인들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금기의 정서를 건드려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결합해 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듭니다. 이 글에서는 파묘가 왜 천만관객을 넘어섰는지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묫자리, 신경 안 쓸 수가 없어.
파묘가 한국 관객들에게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이 영화가 뿌리 깊은 문화적 신념과 전통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인 성묘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의례들을 파헤칩니다. 조상에 대한 존경과 무덤의 영적 의미에 대한 믿음은 기복신앙과 가깝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줄거리에 엮어내면서 사람들의 공감을 쉽게 얻어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족의 묘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사용된 '동티' 모티브는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게 된다는 두려움을 건드리면서 긴장감을 갖게 합니다. 할매신이나, 무당이 작두를 타는 듯한 장면 역시 무섭지만 신기한, 알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드는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런 원초적인 자극들을 이 영화는 매우 잘 사용하였습니다.
여전히 과학으론 설명되지 않아.
이 영화의 성공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은 그동안 희미하게 지워진 여러 가지 미신의 영역입니다. 파묘에 등장한 MZ세대 무당은 꽤나 신선합니다. 컨버스 단화를 신고 굿을 하는 화림이의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아직 무속신앙의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기키도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무당은 굿을 하고 풍수지리사는 땅을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과학문명이 정점을 찍은 지금 이 시기에도 여전히 다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존재한다는 점, 사람들은 그런 미스터리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는 점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고 긴장감 넘치는 플롯
파묘는 미스터리, 공포, 드라마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분기점들을 만들어나갑니다. 관객이 긴장할 수 박에 없는 순간순간들을 서사에 잘 녹여내었습니다. 점점 밝혀지는 비밀과 끊임없이 다가오는 위험은 영화 전반에 걸쳐 높은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런 흥미 요소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한 지점이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며 영화의 흥행 성공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제일은 국뽕이니라.
천만관객의 흥행에는 항상 '국뽕'이 있었습니다. (*국뽕 : 애국심에 취하는 마음) 국제시장, 명량 등 기존의 천만을 넘은 한국영화들에서는 나도 모르게 국뽕이 차오르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입니다. 대중성을 아우르는 가장 좋은 소스가 국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역시 한국의 풍습을 섞은 퇴마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그 악마는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었고, 우리는 그에 희생당했지만 끝끝내 나라를 지킨 대단한 조상들의 후손이 되는 것이니까요. 퇴마에서 항일까지. 한국인의 정서와 금기가 애국심으로 변주되는 그 과정에서 안타까움을 느낀 관객이 나 혼자만일 지는 궁금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천만관객을 넘었다고 생각하기에. 감독이 앞으로 본인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