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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남매, 새로운 가족의 탄생

by feelcozy 2024. 7. 5.

 

 

연애남매, 새로운 가족의 탄생 

어릴 적 일요일마다 보았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 이후 다큐멘터리 실험관찰에서 발전한 SBS <짝>과 같은 남녀 연애매칭 프로그램들이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방송콘텐츠로서 아무도 남녀매칭을 원하지 않던 것 같던 그때. 신설 종편 채널인 채널A에서 대히트작이 탄생하게 된다. 이름하여 <하트시그널>. 실험관찰예능의 문법은 따르는 실로 오랜만에 보는 남녀 연애매칭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자의 행동이 어떤 심리에서 기인한 것인지 세심하게 포착하고 거기에 내공이 느껴지는 패널들의 해석이 붙었다. 실제 연애 상황에서의 우리의 행동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나 상대방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하던 지점들을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명언들에 <하트시그널>은 공전의 대히트를 쳤고, 뒤를 이어 우후죽순 새로운 연애매칭 프로그램들이 릴리스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역시 TVING 오리지널 <환승연애>일 것이다. 출연진 모두 내 전여친, 전남친과 함께 둘의 관계를 숨긴채 공유하우스에서 다른 X커플들과 생활한다. 내 전남친/전여친이 새로운 이성에게 호감을 가지거나 썸을 타게 되는 그 과정을 옆에서 빠짐없이 지켜봐야 하는 것이고, 나 또한 나의 새로운 연애를 전남친/전여친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상황. 이 섬득하고도 스릴넘치는 구도 역시 환친자를 만들어낼 정도로 커다란 이슈가 되었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결이 살짝 다르지만 <짝>의 연출이었던 남PD가 나와 만든 나는SOLO라는 프로그램 역시 사랑은 계속된다라는 시리즈를 새로 런칭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고, NETFLIX <솔로지옥>, MBN <돌싱글즈> 등 이제는 시즌마다 리얼 연애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레드오션 속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던진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연애남매>다. 

 

연애에 가족을...? 이상하게 힐링되네.  

WAVVE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24년 3월 JT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연애남매>는 연애와 절대 섞일 수 없는 나의 혈육, 남매가 함께 공유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매칭을 도와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출연자들은 공유하우스 생활 중반까지 누가 누구의 남매인지 밝힐 수 없었으나 방송에서는 초기부터 시청자들에게 남매관계를 밝혔다. 남매들의 부모도 종종 출연하여 남매가 자라온 집안 분위기와 문화를 다른 출연 남매들과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게 한 점이 다른 연애프로그램과 가장 차별되는 지점이다. 서로 이성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 그의 언니,누나/오빠,형 혹은 동생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면서 기존 프로그램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학구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지점은 생각보다 혈육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많았던 것이다. 이성 매칭도 중요하지만 각각 남매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나의 혈육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자신과 혈육의 관계를 돌아보는 모습들이 그려졌던 점이다. 서사적으로 보면 주인공이 기존에 모르던 지점들을 발견하고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또 그 과정 속에서 각자의 욕구에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내고 있는 출연진 역시 한 가족 같아 보이는 장면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엄마를 일찍 여읜 초아-철현 남매가 방송을 마친 후에도 재형-세승의 부모님들께 생일 축하를 받는 모습은 그들이 함께 지낸 시간동안 나의 짝을 찾는다기보다는 함께 밥을 해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생활을 공유하고, 힘든 속마음들을 이야기하고 공감하면서 이미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각각의 남매로 만났지만 이미 서로의 식구, 밥을 함께 먹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 것. 그래서 연애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시청한 콘텐츠에서 오히려 외로움을 치유받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는 지점이다. 여타 연애프로그램들과 확연히 대비되면서, 독립생활 이후 잊어버렸던 북적북적함에 대한 향수를 오랜만에 느껴보게 되었다. 

 

그래도 놓치지 말았어야 할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커플의 탄생-그만큼 탄생된 커플의 감정선을 설득하기에 부실했던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실제 그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감정선이었다고 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설득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편집하고 내보내는 것이 제작진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많은 부분에서 편지로 제작진의 미션이 전달되는 것, 문자로 호감이 가는 이성을 표현하는 것, 동일한 착장으로 개별 인터뷰 진행, 서울 공유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다가 새로운 장소로 여행을 가서 최종결정을 하는 것 등, 기존 프로그램에서 본 장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선도 작품을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하트시그널, 환승연애가 이런 프로그램의 원형이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여하튼, 정말로 가족과 연애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새로운 커뮤니티의 형성과 동시에 연애 프로그램의 근본인 출연지의 감정선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을 때 연애남매가 단순히 여러 연애프로그램 중 하나로 그치는 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