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드라마 <돌풍>, 과연 돌풍이 될 수 있을까?

by feelcozy 2024. 7. 3.

 

 

드라마 <돌풍>, 과연 돌풍이 될 수 있을까?

 

박경수 작가의 컴백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이 드디어 릴리스했다. 권력 3부작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미 그 필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그가 넷플릭스에 처음으로 릴리스하는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화면으로 만나는 배우들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리아게이트 이후 한국 드라마에는 29년 만에 출연하는 설경구 배우, 출연작마다 시청률과 이슈몰이를 보장하는 김희애 배우가 투톱으로 극의 전반을 이끌어나간다. 또한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배우는 김미숙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았는데, 연기 또한 녹슬지 않았으며, 배역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와 카리스마로 보는 내내 즐거움을 배로 느낄 수 있었다. 쟁쟁한 작가와 배우로 꽉 찬 드라마 <돌풍>, 과연 돌풍이 될 수 있을지 살펴보자. 

 

강렬한 시작 

청와대 집무실에서의 대통령과의 대화, 그리고 돌아나오는 국무총리의 등 뒤로 쓰러지는 대통령. 쓰러진 대통령을 붙잡고 119를 연신 외치는 비서실장.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시해하는 이 대담하고 대책 없는 드라마의 시작은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보란 듯이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자신의 비서에게 오늘 한 행동, 그러니까 대통령 살인은 정당하다고 말하는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에게 대체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강렬한 서사의 시작과 박동호가 보여주는 어떤 맹목성 같은 것에 우리는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아주 강력한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돌풍은 이내 그를 막고자 하는 정수진(김희애)과의 갈등으로 곧바로 이어지며 둘 사이의 어떤 맥락과 갈등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반복하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시작에 이목을 모으기 좋은 탁월한 사건 배치와 그로 인해 촉발되는 두 인물 간의 갈등에 호기심을 충분히 쌓아준다. 벌써 재밌네. 

 

한국 근현대사 톺아보기  

왜 이렇게까지 두 인물이 반목하는가? 경제부총리 정수진과 국무총리 박동호의 갈등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한국근현대사의 여러 가지 국면을 마주치게 된다. 전대협의 학생운동과 대통령의 탄핵소추, 늘 빠지지 않는 재벌과의 정경유착부터 검찰과 보수 정치층의 부패는 물론 신진 정치세력의 부정부패까지. 드라마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굵직한 여러 사건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잘못한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반칙과 야만이 판쳤는지, 올곧고자 하는 사람들이 결국 어떻게 휘어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생존과 신념, 둘의 간극이 벌어질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바름을 선택할 수 있는가. 드라마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남과 다른 행보를 걷는 주인공 박동호의 선택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누구나 돌풍을 원하지.

싹 다 갈아 엎고 싶다. 누구나 한 번씩은 하는 생각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염되었는지 그 시작점을 알아낼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작이 가능할까? 안다고 해도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잘라낼 것인가. 무언가 바꾸고자 하는 사람은 매번의 선택이 난제다. 가장 쉬운 방법이 싹 다 갈아엎는 것이다. 하지만 판을 엎는 행위 역시 누군가에겐 그저 폭력이 내세우는 하나의 명분일 뿐이다. 극 중 박동호의 선택도 모두에게 찬사를 받을 행동은 아니다. 범법행위를 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로 잡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주인공의 선택은 같이 자기 손에 흙과 피를 묻히는 것이었다. 한 명의 처절한 헌신으로 이뤄질 수 있는 깨끗한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바라는 건 박동호와 같은 거룩한 성인 혹은 비장한 희생이 아닌데... 결국 드라마의 끝에서 내가 마주하고 선 것은 안타까움이었다. 

 

마치며

팽팽한 긴장감과 늘어지지 않는 장면전환, 현재의 인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하고 절묘하게 교차되는 전사들. 그로인해 펼쳐지는 한국 근현대사까지. 이 드라마는 의심의 여지없이 좋은 드라마다. 하지만 결국 씁쓸해지고 마는 것은 '싹 다 갈아엎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 우리는 결국 오염될 대로 오염된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돌풍은 어떻게 불어올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우리, 개개인에게 있다.